스페셜티 커피

워시드 vs 내추럴

고윤신 2025. 3. 31. 20:03

워시드 vs 내추럴 – 가공 방식이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

1. 가공 방식이란? – 생두를 둘러싼 첫 번째 선택

커피는 과일입니다. 수확된 커피 체리에서 씨앗, 즉 생두를 꺼내는 과정을 '가공(Processing)'이라고 부르며, 이 방식은 커피 맛의 기초를 결정짓습니다. 가공 방식은 단지 저장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향미 구조를 설계하는 첫 관문입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허니(Honey) 방식입니다. 각각은 커피의 향, 산미, 단맛, 클린컵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줍니다.

2. 워시드 방식 – 깨끗하고 선명한 맛의 정석

워시드 방식은 가장 널리 쓰이는 가공법으로, 체리의 과육을 제거한 뒤 물로 씻어 발효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육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생두 본연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 특징: 밝은 산미, 깔끔한 맛, 섬세한 향미
  • 예시: 에티오피아 워시드, 콜롬비아 워시드 등

Roast Magazine은 워시드 커피를 “수채화처럼 정제된 맛의 표현”이라고 표현하며, **테루아(산지 특성)**를 섬세하게 드러내고자 할 때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 강조합니다.

3. 내추럴 방식 – 대담하고 과일 향 가득한 커피

내추럴은 커피 체리를 통째로 말리는 전통 방식으로, 과육이 생두에 오래 닿아 있으면서 발효에 의한 풍부한 향미와 단맛이 생깁니다.

  • 특징: 블루베리, 와인, 건과일 같은 풍부한 과일 향과 단맛
  • 예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내추럴, 브라질 내추럴 등

하지만 과육이 남아 있는 만큼, 결점 발생 가능성도 높고 향미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Roast Magazine에서는 내추럴 커피를 "화려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향미의 폭발"로 표현하며, 섬세한 로스팅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4. 허니 방식 – 중간 지점에서의 균형

허니 방식은 과육을 부분적으로 남긴 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과육을 얼마나 남기느냐에 따라 옐로우, 레드, 블랙 허니 등으로 나뉘며, 워시드와 내추럴 사이의 맛을 지닙니다.

  • 특징: 부드러운 단맛, 은은한 과일 향, 클린컵 유지
  • 예시: 코스타리카 허니 프로세스 커피

허니 방식은 워시드의 깔끔함과 내추럴의 풍미를 조화롭게 결합한 스타일로, 최근 들어 많은 로스터리들이 주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5. 가공 방식이 커피 맛에 미치는 실제 영향

같은 품종, 같은 고도, 같은 농장에서 나온 커피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을 냅니다. 워시드는 향미의 '선명함', 내추럴은 '풍성함', 허니는 '균형감'을 제공합니다.

Roast Magazine에서는 여러 농장에서 동일한 생두를 세 가지 방식으로 가공한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테이스터 대부분이 서로 다른 원산지로 착각할 정도로 맛의 차이가 극명했다고 전합니다.

6. 나의 경험 – 가공 방식에 눈을 뜬 순간

처음 카페를 운영할 때는 ‘산미가 강하면 워시드, 단맛이 강하면 내추럴’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생두를 접하고, Roast Magazine을 통해 사례들을 공부하며, 가공 방식이 맛의 본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특히 같은 에티오피아 커피라도 내추럴은 블루베리 향이 강하고, 워시드는 자스민처럼 깔끔한 향이 나던 기억은 저에게 큰 인사이트였어요. 고객 취향에 따라 가공 방식을 고려해서 원두를 추천하기 시작했고, 반응도 매우 좋았습니다.

이제 저는 커피를 고를 때 품종만큼이나 가공 방식을 주의 깊게 봅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가공 방식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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