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커핑(Cupping)이란?

고윤신 2025. 3. 31. 18:10

커핑(Cupping)이란? – 커피 감별사의 테이스팅 절차

1. 커핑이란 무엇인가 – 커피 품질 평가의 출발점

커핑(Cupping)은 커피의 향미를 분석하고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공식적인 테이스팅 방법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는 생두 선택, 로스팅 테스트, 향미 분석, 결점 판단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커핑이 활용되며, 커피 감별사(Q Grader), 로스터, 바리스타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커핑은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향미를 '언어화'하고 커피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과학적 절차입니다. Roast Magazine은 커핑을 "커피에 대한 공정한 대화의 출발점"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2. 커핑의 준비 과정 – 도구와 환경의 중요성

커핑은 표준화된 조건에서 진행되어야 비교와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집니다. 준비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두 그라인딩: 중간보다 약간 굵은 굵기로 동일한 조건으로 분쇄
  • 용량 계량: 일반적으로 8.25g의 분쇄 원두에 150ml의 물을 사용
  • 물 온도: 약 93°C의 뜨거운 물 사용
  • 커핑 잔과 스푼, 타이머, 기록지 준비

이 외에도, 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무향 환경을 조성하고, 커핑 참여자 간의 대화는 제한합니다. 이는 커피 자체에만 집중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3. 커핑 절차 – 향과 맛을 읽어내는 방법

커핑은 보통 다음의 절차로 진행됩니다:

  1. 건향(Dry Aroma): 분쇄된 원두의 향을 냄
  2. 습향(Wet Aroma): 뜨거운 물을 붓고 4분 후 향을 맡음
  3. 크러스트 깨기(Breaking the Crust): 윗면의 뜬 원두층을 스푼으로 깨며 향을 다시 평가
  4. 스푼 시음(Slurp): 스푼으로 떠서 입 안에 흩뿌리듯 마시며 향미, 산미, 바디, 후미 등을 평가

모든 단계에서 향미 노트 기록이 중요합니다. SCAA의 커핑 폼에는 각 항목별 점수와 향미를 서술하는 칸이 있으며, 이는 생두의 품질 등급을 매기는 데 직접적으로 활용됩니다.

4. 향미 평가의 기준 – 숫자보다 더 중요한 ‘균형’

커핑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도구이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균형과 조화입니다. 향미가 풍부해도 산미가 지나치면 밸런스를 해치고, 단맛이 강해도 클린컵이 떨어지면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커핑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향(Aroma)
  • 맛(Flavor)
  • 산미(Acidity)
  • 바디(Body)
  •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 밸런스(Balance)
  • 단맛(Sweetness)
  • 클린컵(Clean Cup)
  • 균일성(Uniformity)
  • 전체 인상(Overall)

이 중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5. 나의 커핑 경험 – 감각을 깨우는 공부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한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커핑이었습니다. 생두를 고르기 전, 로스팅 포인트를 조절할 때, 혹은 새로운 프로파일을 실험할 때마다 커핑은 필수였습니다.

처음에는 향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반복적인 커핑을 통해 블루베리, 시트러스, 코코아, 허브 같은 향미를 점점 구분하게 되었고, 그 감각은 커피에 대한 이해도를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고객이 “이 커피는 꽃향이 나요”라고 말했을 때, 제가 그 향미를 커핑에서 미리 확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생두를 받을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커핑부터 시작합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커핑 입문법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커피의 세계는 향으로 열리고, 커핑은 그 문을 여는 첫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