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커피의 산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윤신 2025. 3. 31. 15:19

커피의 산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두와 로스팅의 연결고리

1. 산미란 무엇인가 – 커피 맛의 중심 축

많은 사람들이 ‘산미’ 하면 신맛, 혹은 시큼한 느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커피에서의 산미(acidity)는 단순히 신맛이 아니라, 밝고 경쾌하며, 과일의 풍미와 유사한 맛의 특징을 의미합니다. 좋은 산미는 커피를 더욱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들며,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산미가 긍정적인 향미로 간주되며, 평가 기준에서도 중요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2. 생두의 품종과 가공 방식 – 산미의 시작점

커피의 산미는 생두 단계에서부터 형성됩니다. 품종, 재배 고도, 토양, 기후, 수확 후 가공 방식 등이 산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게이샤 품종은 자몽이나 자스민 같은 산뜻한 산미를 갖는 것으로 유명하고, 내추럴(Natural) 방식으로 가공된 생두는 과일 발효 향과 함께 높은 산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워시드(Washed) 방식은 좀 더 깨끗하고 명확한 산미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산미는 생두의 품질과 가공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3. 로스팅과 산미 – 열과의 미묘한 줄다리기

생두에 잠재된 산미를 어떻게 끌어낼지는 로스팅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로스팅 초반에는 산미 성분이 강조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분이 캐러멜화되며 단맛과 쓴맛이 강해지고 산미는 점차 약해집니다.

따라서 **라이트 로스트(Light Roast)**는 산미를 더 잘 보존하는 반면, **다크 로스트(Dark Roast)**는 산미보다는 단맛과 쓴맛, 바디감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Roast Magazine은 로스팅 중 특정 온도 구간(특히 160~190도 사이)이 산미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4. 로스팅 프로파일과 산미 조절 – 설계의 예술

로스팅 프로파일을 통해 우리는 산미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짧고 빠른 로스팅은 산미가 날카롭고 신선하게 남게 하고, 느리고 긴 로스팅은 산미가 부드럽고 둥글게 마무리되도록 만듭니다.

Roast Magazine은 ROR(Rate of Rise)을 활용해 산미와 단맛의 균형을 잡는 기술에 대해 다룬 바 있으며, 고산지 생두일수록 급격한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산미 표현이 극명하게 달라진다고 분석합니다.

5. 산미를 평가하는 기준 – 긍정적 산미 vs 부정적 산미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산미의 존재 여부뿐만 아니라 그 질과 균형이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긍정적인 산미는 포도, 사과, 오렌지, 베리류 등 과일에 비유되는 풍부하고 명확한 맛입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산미는 초산(acetic acid)처럼 식초 맛이 나거나, 발효가 지나쳐서 날카롭고 불쾌한 시큼함을 동반합니다. 이는 가공 불량이나 보관 상태 문제, 로스팅 실패 등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산미가 있다’는 말은 의미가 없고, 그 품질과 조화가 관건입니다.

6. 나의 경험 – 산미를 이해하는 여정

제가 처음 카페를 운영할 때는 ‘산미가 강한 커피는 실패한 커피’라고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Roast Magazine을 읽고, 다양한 생두와 로스팅을 시도하면서 산미야말로 커피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 손님이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를 마시고 "블루베리처럼 상큼하다"고 말했을 때, 로스터로서의 보람을 처음 느꼈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생두 선택, 로스팅 프로파일 설계, 추출 온도까지 모두 산미 표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커피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산미를 만나면 마치 좋은 와인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느낍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커피 속 산미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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