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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산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두와 로스팅의 연결고리
1. 서론 – 커피에서 ‘산미’란 무엇인가?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맛이 바로 ‘산미’입니다. 산미는 흔히 ‘신맛’으로 이해되지만, 단순한 시큼함이 아니라 복합적인 향미와 깊은 구조를 가진 맛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에서는 산미를 단점이 아닌 풍부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어떤 원산지의 커피인지,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고 가공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2. 산미의 출발점 – 생두의 품종과 가공 방식
산미는 커피나무의 품종, 재배 환경, 수확 후 가공 과정에서 이미 결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 품종 차이: 에티오피아의 하라 품종, 케냐 SL28 같은 품종은 밝고 과일 같은 산미를 강하게 나타냅니다.
- 재배 고도: 고도가 높을수록 커피 체리는 서서히 익으며, 그 과정에서 산도가 잘 보존됩니다.
- 가공 방식: 워시드(습식)가공은 깨끗하고 선명한 산미를, 내추럴(건식)가공은 복합적이면서 무겁고 과일잼 같은 산미를 유도합니다.
이렇게 생두 자체에 내재된 ‘산미의 가능성’은 이후 로스팅과 추출을 통해 구체적인 맛으로 구현됩니다.
3. 로스팅 단계에서 산미는 어떻게 변형되는가
생두의 잠재적인 산미는 로스팅 과정에서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 로스팅 초반: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전개기에서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 분해되며 산미가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 1차 크랙 직전: 이 시점은 산미의 정점을 형성하는 단계로, 가볍고 상큼한 맛을 살리기에 이상적입니다.
-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산미는 점점 줄고, 대신 단맛과 쓴맛, 바디감이 강해집니다. 다크 로스팅으로 갈수록 산미는 거의 사라지며 탄 맛과 초콜릿 같은 향이 두드러집니다.
→ 핵심 포인트: 로스팅 프로파일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같은 생두에서도 ‘시트러스’, ‘그린애플’, ‘베리’, ‘토마토’ 같은 전혀 다른 산미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4. 산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한때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 커피는 실패한 커피’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제3의 물결 커피 문화의 확산으로 이러한 오해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산미를 ‘밝은 맛’이나 ‘고급 향미’로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리들이 더 과감한 프로파일 설계를 시도할 수 있게 만드는 배경이 됩니다.
5. 산미를 이해하는 것은 커피를 이해하는 것이다
커피에서 산미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품질, 생산, 로스팅, 추출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의 축약판입니다. 산미를 구분하고 즐길 줄 안다는 건, 그 커피에 담긴 이야기 전체를 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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